아메리카블루 삽목, 번식
요즘 아침저녁으로 많이 쌀쌀해졌습니다.
가을이 온 걸 증명하는 것처럼 햇살은 많이 따가워졌지요.
이런 날씨에 수많은 식집사들은 마음 한구석에서부터 무언가 꿈틀거리기 시작하지요.
바로바로
.
.
.
삽목.
삽목의 시즌이 돌아왔습니다.
모두 일어나 가위를 들고 가위춤을 출 준비를 하세요.

저도 바로 그 삽목병이 도져서 애들 낮잠 재운 후 가위춤을 췄습니다.
아주 화려하게 춰봤습니다.ㅎㅎ
오늘의 식물은 '아메리카 블루' 입니다. 일명 '아블이'라고 불리는 베란다 단골 식물이지요.
한 때 식물 키우는 사람들 사이에서 파랑과 보라의 유행이 엄청났죠.
그때 아마 베란다 가드너라면 집에 '아블이' 한두 개쯤은 다 있었을 거라 예상합니다.
파랑과 보라의 유행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것 같긴 해요.
아메리카블루는 바로 이렇게 생긴 친구랍니다.
'블루'가 들어가는 이름답게 파란 빛깔의 꽃이 핍니다. 지금은 한창 꽃 필 때이고요.
그런데 말입니다.
이 친구는 옆으로 퍼져서 자라는는 성질이 있어서 주기적으로 잘라주지 않으면 베란다에서 키우기 난감한 수형이 돼버린답니다.
아래로 축축 처지면 그나마 자리 차지 없이 예쁠 텐데 말이죠.
아메리카 블루 하나만 풍성하게 빵빵하게 키운다면 그것 또한 멋질 것 같은데요.
저처럼 욕심 많은 사람은 식물을 키워도 질보다 양인지라 이런 빳빳하게 옆으로 자라는 수형은 정말이지 곤란하답니다.
심지어 저는 행잉 화분도 아닌 15센티 '토분'에서 키우고 있습니다.
옆에 다른 화분을 둘 수가 없어요. 그래서 가위춤을 추고 말았습니다.
아메리카 블루는 삽목이 잘 된다고 알려져 있어요. 정확히는 물꽂이가 아주 매우 잘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의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아메리카블루는 휘묻이로 번식하는 게 최고입니다.
휘묻이 번식법으로 여태껏 실패한 적이 단 한 번도 없거든요.
휘묻이? 취목?
휘묻이와 취목은 식물을 자르지 않고 줄기 한 부분을 흙 속에 묻어 뿌리를 내게 하는 번식 방법입니다.
단지 흙 속에서 뿌리를 내는가, 공중에서 뿌리를 내는가의 차이만 있을 뿐이죠.
줄기 한 부분을 휘거나 눕혀 흙 속에 묻으면 '휘묻이'라고 부르고요.
줄기에 상처를 낸 후 흙이나 수태로 밀봉하여 공중에서 뿌리를 내도록 유도하는 것을 '취목'이라고 합니다.
참고로 '취목'은 애니시다 번식을 통해 한번 보여드린 적이 있었죠.
2022.07.06 - [식물 이야기/번식 이야기] - 애니시다 번식, 애니시다 취목, 애니시다 삽목
이번에 휘묻이도 보여드리려고 했으나 '아메리카 블루'는 공간이 여의치 못해 부득이하게 일반적인 삽목을 하게 되어서 살짝 아쉬운 마음이 있습니다. 아들이 휘묻이 짱 잘되는데.. 거의 백 프로인데..
근데 아직 베란다에 이런저런 식물들이 엄청 많아서 아마 곧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긴 합니다. 하하. 뭘로 하지..
일단 이번 포스팅은 아메리카 블루 번식, 그 중에서도 흙 삽목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아메리카블루 삽목
아메리카 블루뿐만 아니라 모든 식물을 삽목 할 때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절단 도구의 소독입니다.
잊지 마세요. 꼭! 반드시! 소독하셔야 해요!!
라이터 불로 지져도 좋고, 저처럼 소독솜을 이용해도 좋습니다.
식물을 자르는 절단 도구는 본인 손에 맞는 것을 찾아 사용하면 되는데요.
꽃가위나 커터칼, 심지어 의료용 메스를 사용하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대다네요!
아 참고로 전 동네 식자재마트에서 구입한 천 원대의 빨강 손잡이 주방가위를 사용합니다.
소독솜은 첫째 딸의 난생처음 머리 깨진 날, 소독해주려고 약국에서 구입했던 기억이 나네요.
한 3년 정도 지난 것 같아요.ㅎㅎㅎ
어쨌든 이렇게 절단 도구를 소독하고 진행합니다.
아메리카 블루는 옆으로 쭉쭉 뻗기도 잘하는데 곁가지도 엄청 잘 나옵니다.
그야말로 순 치기의 묘미를 알 수 있는 식물 되시겠습니다.
가지를 자르는 위치는 '이파리가 한두 개 이상 나 있는 곳 바로 위'입니다.
이파리 하나도 안 남기고 줄기를 몽땅 잘라버리면 광합성을 못해서 식물이 살 확률이 줄어들어요.
모든 식물은 최소한의 이파리를 남기고 자르는 걸 추천합니다.
저는 이 정도만 잘라보았습니다.
화분 둘레보다 짧게 다듬을까 잠시 고민했지만 그냥 이 정도에서 멈췄습니다.
이번 겨울이 지나면 행잉분으로 바꿔볼까 하거든요.
머리숱이 얼른 풍성해지길.. 자라나라 풍성 풍성
아메리카 블루 가지치기를 신나게 했더니 이렇게 많은 삽수가 나왔습니다.
이제 저는 '아블이' 부자로 거듭나게 될 예정이지요.
삽수 다듬는 방법을 보여드립니다.
음.. 그냥 제가 하는 방법입니다.
일단 삽수 하나를 골라 잡고, 아래쪽 잎을 쫙 훑듯이 떼줍니다.
보통 맨 위의 이파리도 2~4개 남기고 제거해 주는 것이 정석인데 저는 그냥 아래쪽 흙에 들어갈 줄기 부분의 이파리만 깔끔하게 제거해 주는 편입니다.
여러 개의 삽수를 한 손에 모아 잡고요.
그대로 흙 채운 화분에 꽂아줍니다.
아메리카 블루 삽목 끝.

자 다시 한번 갑니다. 다른 화분에 꽂을 거예요.
곁가지 부분은 줄기를 이렇게 자르는 것을 좋아합니다.
보통 스킨이나 아이비, 하트 체인처럼 덩굴성 식물 삽목 할 때 저런 식으로 잘라주기 때문에 익숙한 모양새지요.
뭔가 더 든든한 느낌적인 느낌이 듭니다. 뿌리가 막 금방 나올 것 같은 고런 느낌이랄까요.ㅎㅎ
역시나 줄기 아랫부분은 깔끔하게 이파리 모두 떼서 정리하고요.
몇 개를 한 손에 모아서 잡습니다.
이번엔 위쪽에 꽃들이 달려있어서 꽃을 제거해줍니다.
꽃이 있는 상태로 삽목 하면 아무래도 꽃에게 영양분을 뺏기기 때문에 살짝 위험할 수 있겠죠?
아닐 수도 있고요.ㅎㅎ
그대로 화분에 꽂아서 주변 흙을 꾹꾹 눌러 삽수가 넘어지지 않게 합니다.
아메리카 블루 삽목 끝!
삽목 성공확률 높이는 tip 하나 알려 들릴게요.
'이중 화분 효과'
이게 정확한 명칭인지는 모르겠는데요. 그렇게들 부르더라고요.
큰 화분의 흙 위에 작은 화분을 올려서 키우면 뿌리가 생각보다 빠르게 화분 밖으로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아마 땅(?)이 더 깊은 줄 알고 뿌리가 아래로 아래로 빨리 내려가는 것이 아닐까요. 하하.
뭐 저도 정확한 뭐는 잘 모르지만요. 일단 삽목 화분이나 아직 어린 화분을 관리하기 편하긴 합니다.
습도 조절이 훨씬 쉽고요. 큰 식물 뒤에 있으니 적당히 그늘지기도 하고요.
.
.
그 이중 화분 효과를 내기 위해 저는 이런 방법을 사용합니다.
적당한 크기의 바구니에 분갈이 후 안 쓰는 흙을 조금 깔아줍니다. 일반 상토도 괜찮아요.
많이 말고 그냥 살짝이요. 1센티도 안되게요.
그리고 그 위에 삽목 한 화분을 올리는 겁니다.
어떤 분들은 일정 기간 동안 저 위에 뚜껑이나 비닐을 씌워두기도 하던데요. 저는 그냥 베란다 그늘진 곳에 둡니다.
대신 아래쪽에 깔린 흙은 계속 촉촉한 상태를 유지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삽목은 식물이 마르면 끝장이기 때문에 습도 관리가 아주 매우 많이 중요합니다.
아! 통풍도 엄청 중요합니다.
습기 많은데 바람 안 통하면 다 물러버리거나 썩어요.
저는 이번 삽목 화분을 주방 싱크대 앞에 뒀어요. 적당한 습기, 적당한 통풍. 캬~
오랜만에 주방 청소를 했더니 자리가 생기더라고요.ㅎㅎㅎㅎ
주방에서 어느 정도 요양시킨 후 새 싹이 나온다 싶으면 베란다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우리 삽목병 걸린 사람들은 이런 삽수의 마지막 하나까지 그냥 버리지 못합니다.
줄기가 손톱만큼이라도 남아있다면 일단 꼽고 봅니다.
저는 흙 삽목이 취향이라 죄다 흙에 꽂는데요.
물꽂이 좋아하는 분들은 그렇게 죄다 물에 꼽으시더라고요.
삽목의 세계는 참 재미있고 신기합니다.
여러분. 지금이 딱이에요. 겨울이 오기 전에 가위춤을 추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