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든 작든 밭농사를 하는 농부에게 있어서 우물(물)의 유무는 아주 큰 차이가 있습니다. 저희 아빠는 땅을 살 때마다 우물을 가장 먼저 파더라구요. 저도 몇 년 전부터는 조금씩 농사를 돕기 시작했는데, 정말이지 논 농사 아닌 밭 농사는 물이 없으면 하늘만 보고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수십번 느꼈습니다. 그 옛날 기우제를 왜 지냈는지 뼈저리게 알 것 같고 말입니다.
요즘은 농수로가 아주 체계적으로 잘 퍼져 있어서 때 되면 농수가 흘러다닙니다. 밭 농사꾼들도 펌프를 이용하면 이 농수를 사용할 수 있죠. 저희 밭도 작년에 몇달 써 봤습니다. 우물이 있지만 농수에 가까운쪽은 농수로 써 보자 해서였습니다.
괜찮긴 했습니다. 펌프만 있으면 물 사용하기 좋더군요. 근데 농수가 매번 찰랑찰랑 넘치지 않고, 그 시기가 있습니다. 논에서 물이 필요한 시기. 그 시기에만 물이 찰랑거리기 때문에 그 외의 시기에는 역시 우물 물이 최고입니다.
왜 이렇게까지 둘러둘러까지 말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ㅎㅎ
오늘의 핵심 내용은 이것입니다. 밭에 물 주기. 그 중에서도 비닐 멀칭한 밭 속에 물 주기.
딸들하고 가꾸는 그린빈 텃밭
우물은 팠으나 점적호스 설치를 안 했으면 물 주는 방법은 두세가지 입니다. 첫 번째, 직접 물을 길어다가 주기. 아이들 체험용으로는 재밌지만 진짜 농사 짓는 사람한텐 개고생 입니다. 넓으면 더더더 힘들어지겠죠.
두번째는 호스로 직접 물 주기 입니다. 이건 제가 해도 재밌습니다. 더운날에는 말이죠. 근데 이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밭이 막 몇천평 되는데 이러고 있을 수 있을까요. 전 못합니다.
(세번째는 스프링쿨러. 이건 농작물에 따라 다릅니다. 물 위로 주면 안되는 농작물도 있으니까요.)
공심채 사이를 가로지르는 점적호스
그래서 대부분의 농업에 종사하는 분들은 점적호스를 깔게 됩니다. 뭐 거의 밭농사의 히어로라 할 수 있죠.
농약 많이 들어가는 작물 중 하나인 고추..
점적호스 + 비닐멀칭 = 밭농사의 끝판왕!
이정도 치트키(?)면 심고 거둘 때 빼고는 뭐 거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 농약 많이 필요한 작물 빼고요.
물은 점적호스로 주지, 밭농사의 최대 악 잡초는 비닐 멀칭으로 막아주지, 처음 밭 만들고 가끔 비료 얹어주는 것을 제외하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밭농사를 할 수 있습니다.
비닐멀칭 + 점적호스로 무장한 텃밭. 게다가 하우스임ㅋㅋㅋ
그런데 오늘의 문제(?)는 이겁니다.
비닐멀칭? 오케이! 점적호스? 노우!!!
물론 비가 오면 최고입니다. 멀칭 비닐 속까지 흐음뻑 젖을 정도의 비가 딱 적당할 만큼, 딱 적당한 간격으로 오기만 하면 그게 짱입니다.
근데 어디 밭농사가 그렇게 녹록한가요. 어떤 비는 주륵주륵 잘만 내려도 비닐 멀칭 속은 뽀송한 경우도 많습니다. 신기하게도 뽀송해서 놀랐던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물을 줘야만 하는데요. 일단 가장 간편한 방법은 스프링쿨러 입니다. 아쉽게도 사진이 없는데요. 다들 아실거라 믿습니다. 스프링쿨러.
아 참고로 고추농사에 스프링쿨러는 절대 금지입니다! 흙은 촉촉해도 윗쪽이 습하면 벌레가 아주 마아아아아니 꼬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방법으로는 고랑을 양 옆에서 막고 거기에 물을 가득 채우는 것 입니다. 고랑에 고인 물이 이랑 부분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는 방법이죠. 저희 딸들이 엄청 좋아하는 방법입니다. 들어가면 옷이 쫄딱 젖어서 재밌거든요-..- 전 재미 없습니다.. 이 방법은 점적호스 없이 멀칭한 밭에 고구마 심었을 경우에 최고 좋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입니다. 오늘 이야기 하려는 방법이지요.
아빠가 이거 좋다고 소개해보라고 함ㅋㅋ
바로 이 도구를 이용하는 것 입니다. 정확한 이름은 모르겠습니다. 땅 속에 물 주는 기구인데요. 물이 네 방향으로 촤악 뻗어가는데 저희꺼는 몇년 안썼더니 구멍 한개만 살았네요..ㅋ
물 호스에 연결한 이 기구를 멀칭 비닐 속에 푹 꽂은 후 손잡이를 누르면 물이 흙 속으로 촤아아아ㅏㄱ 나갑니다.
물이 멀칭 비닐 바깥으로 흘러 나올 정도로 흠뻑 준 후 다음 자리로 이동해서 또 푹 꼽고 물 촤아악을 하면 됩니다.
손잡이로 물살과 물 양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작은 참깨 위로 쫄쫄쫄 물 주기도 가능합니다. 아까 막 심은 참깨에 물을 주고 있는데요. 땅 속은 흠뻑이지만 위에 덮은 흙이 안젖어서 참깨 잎에 시들까봐 물을 주고 있습니다. 그냥 호스로 하면 너무 어린 참깨가 치명상을 입기 때문에 이파리는 건드리지 않고 주변 흙만 적셔주는 중 입니다.. 너무 어린 참깨를 심어버렸어...
하나하나 쫄쫄쫄 언제 다 하냐 싶지만 주변에 라디오 틀어두고 모자나 양산 쓰고 설렁설렁 바람도 느끼며 물 주다 보면 금방입니다.
점적호스 안깔았어도, 땅 속 물주는 기구 이거 있으면 걱정 없습니다! 어린 작물들 키울 때 아주 요긴하게 사용됩니다. 하나하나 물 충분히 줘야 하는 농작물 밭 정식 초기 경우에 최고죠.
아마 농기계 파는 곳에서 구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빤 거기서 구입한 것 같으니까요.
스테이크를 배달시켰는데요. 가니쉬로 아스파라거스가 나왔더랬습니다. 원래 가니쉬로 그린빈을 가장 좋아했는데요. 아스파라거스도 엄청 맛있더군요.
진짜 완전 꿀맛!! 계속계속 먹고싶었습니다. 그런데 아사파라거스는 비싸죠.. 안타깝게도 말입니다ㅡ..ㅡ;;
아스파라거스는 3년 전에 파종해서 재작년에 2년생까지 키웠었는데요. 하우스 옮기는 작업에 정신 팔려서 보냈습니다. 초록별로..
아스파라거스는 3년 이상 지나야 따(?)먹을 수 있는 채소입니다. 지금 먹고싶은데 또 언제 3년을 기다리냐아아아 싶은 마음에 구매해버렸습니다. 아예 종근을 말이죠.ㅎㅎ 그것도 무려 4년생을. 그리고 2뿌리나 구입했습니다. 예쁜야채에서 구입. 4년생 1개에 이만오천원 입니다.
며칠 후 받았습니다.
4년차 종근 2세트 입니다. 박스가 제법 무겁길래 포장을 엄청 정성스레 해줬나보다 했은데 그냥 박스=아스파라거스 뿌리 였습니다. 덩치가 진짜 크고 숱(?)이 많습니다. 과연 4년생 싶네요. 우리 막내딸이 4살이거든요.^0^
밭에 심을라고 했는데 더위에 지쳐서, 그리고 약간의 게으름으로 미루고 미뤘습니다. 결국 화분에 심기로 합니다.
아스파라거스는 35~40정도로 큰 화분에 심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없는데.. 일단 밭에 있는 화분 중 그나마 큰 걸로 3개 골랐습니다. 뿌리가 나눠졌는지 3개더라고요.
아스파라거스 종근을 심어봅니다.
될 수 있는 한 큰 화분을 준비했습니다. 흙은
밭에 갈려있는 흙을 사용했습니다. 참깨 심을 자리를 만들고 있는데 좀 얻어다 썼습니다. 아빠 땡큐!
퇴비 비료 안뿌린 흙이라 퇴비를 한가득 넣었습니다. 계분 퇴비입니다.
그리고 퇴비가 안보일 정도로만 얇게 흙을 덮어줍니다.
아스파라거스 종근을 집어넣었습니다. 화분이 좁아서 좀 구겨넣은 기분이지만 어쨌든 넣었습니다.
위에 흙을 적당히 덮어줍니다. 흙을 넣으며 화분을 흔들고 치고 해 줘야 뿌리들 사이사이로 흙이 들어갑니다.
믹스커피같은..ㅎ
마지막으로 물을 아주 흐음뿍 줍니다.화분 꽉차게 물 주고 조금 기다렸다가 물 다 빠지면 한번 더 꽉차게 줍니다.
아스파라거스 종근 화분에 심기 끝 입니다. 밭에 흙이 널려있다보니 화분 3개에 심는데 20분도 안걸렸습니다. 물 주는게 제일 오래걸렸네요.ㅎㅎ
이제 몇주? 몇달? 후면 아스파라거스를 직접 수확해 먹을 수 있겠습니다. 다음 아스파라거스 이야기는 고기와 함께 할지도 모르겠습니다.